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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 새 회계기준 혼선 심각, 회계법인만 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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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인회계사 은봉수 2012. 5. 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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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모든 상장기업(자산 2조원 이상)의 재무제표 작성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의무 적용해 공시토록 한 가운데 도입 1년이 지났지만 바뀐 회계기준에 대한 업계 및 이용자들의 혼선과 기업의 재량권 확대 논란 등의 우려까지 야기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한국기업회계기준(K-GAAP) 체제에서는 일반인들도 각 기업의 재무상황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최고수준의 국제회계기준인 IFRS가 도입된 후에는 회계전문가들도 주석을 보지 않고는 재무제표를 제대로 분석해 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IFRS 도입 후 기업 인수․합병(M&A) 추진시 투자적합성 평가를 회계사무소나 회계법인에 아웃소싱하는 하는 사례가 대폭 늘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눈은 가리고 회계법인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IFRS 도입으로 현재 모든 상장기업이 이를 반영해 분기별 회계보고서를 공시하고 있지만 각 항목별로 주석을 달다 보니 양이 방대해 자칭 회계전문가나 투자자들이 각 기업의 재무제표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기존 K-GAAP에 익숙한 회계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국제회계기준이 생소해 해석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업의 회계투명성 향상과 회계분야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기업대표, 회계기준원, 회계법인 등 각계 이해관계자들간의 협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2007년 3월 IFRS 도입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9년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선택적용해 이듬해인 2010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선도적으로 IFRS를 도입했고 지난해부터는 모든 상장기업에 IFRS를 의무적용토록 했다. 단 자산 2조원미만의 12월말 결산 상장기업은 2011~12년 분․반기에 대한 연결재무제표 공시를 면제하는 등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현행 K-IFRS(국제회계기준)와 종전의 K-GAAP(기업회계기준)는 크게 회계처리원칙, 공시체계, 자산․부채 평가방법, 정책적 목적에 따른 기준 등 4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국제회계기준은 원칙중심으로 회계처리 선택권을 넓게 허용하지만, 기업회계기준은 규정중심으로 구체적인 회계처리방법을 제공한다.

 

공시체계도 국제회계기준은 연결재무제표를 기본재무제표로 하나 기업회계기준은 개별재무제표를 원칙으로 한다. 물론 기업회계기준 적용 시에도 연결재무제표는 있었지만 기말에만, 개별재무제표 공시 후 한달이 지나면 공시했고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된 후에는 연결재무제표와 개별재무제표를 동시에 공시토록 하고 있다.

 

투자부동산, 금융부채, 유형자산 등 부채․자산 평기시 국제회계기준은 공정가치 평가를 강조하지만 기업회계기준은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항목은 취득원가로 평가한다. 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 상환우선주의 자본처리 등에 대해서도 국제회계기준은 거래의 실질에 맞는 회계처리방법을 규정하는 반면 기업회계기준은 일부 항목에 대해 특정 회계처리를 규제하고 있다.

 

사실 IFRS 도입 초기 경제전문가들 내에서는 국제회계기준 적용이 적합한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각 기업에 적합한 회계처리권을 부여한데 대해 지나치게 재량권을 확대해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005년 유럽을 시작으로 현재 100여개의 국가에서 IFRS를 도입했지만 미국과 일본 등은 여전히 GAAP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폐해를 우려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회계사는 "국제회계기준이 좋다면 이용자들이 어렵더라고 도입하는 게 맞겠지만 과연 이 기준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공시부분도 충분하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국제회계기준을 쓰기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이 회계사는 "IFRS 도입으로 회사의 재량권이 넓어지면서 기업간의 비호환성, 즉 비교가능성이 굉장히 떨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과거(기업회계기준)에는 위험자산재평가를 못했는데 지금(국제회계기준)은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회사들이 재량에 따라 위험자산재평가를 할 수 있게 돼 기업과 기업간의 비교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 내에서도 모든 자산이 아닌 일부 자산에 대해서만 할 수 있어 올해와 내년의 비교가능성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회계기준 통합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IFRS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간의 비교가능성과 회계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IFRS 도입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이로 인해 전세계적인 회계기준 통합작업에 한발 다가설 수 있고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서 활동하는데도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기업의 재량권 문제와 바뀐 회계기준에 대한 혼선 우려에 대해 "각 기업의 회계담당자의 판단,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외부기관의 이해가능성 등 검증절차가 있어 터무니없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새로운 회계기준에 대한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기업들이 재량권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에 대한 주석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IFRS 도입과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는 데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 보완해 가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장석일 국제회계기준팀장은 "2007년 IFRS 로드맵 발표 후 지난해 본격 도입하기까지 준비기간 동안 제도개선과 기업 교육(질의회신, 체크리스트 통한 사전안내), 이용자를 위한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지도, 점검해 왔다"며 "점차 공시의 질이 좋아지고 있고 반기나 기말공시 때 공인회계사 감사가 의무화가 되고 있어 향후 양질의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팀장은 IFRS가 과거 회계기준보다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적응기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주석량이 방대하고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이용자들한테 많은 정보를 줄 수도 있고 기업들도 정보전달 측면이 점차 개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행 회계기준이 원칙중심이고 특정한 지침이 부족한 경우도 있어 기업의 재량권이 넓어진 측면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획일적 비교가능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IFRS 시행초기에 회계법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기업이 내부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IFRS 적용이 익숙해지면 이런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출처: 마이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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